영화를 다 보구... "와~" 라는 말 밖에는.. 먼가 모르겠지만 있다.. 근데 모르겠다.... 김기덕이라는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든다고는 하지만... 우아.. 이건 정말이지 머라고 말해야 하나.. 모르겠다가 답인듯 싶다.. 직접 한번 보라.. 개인적인 평으로는 소리가 정말 예술이다.. 활로 내는 악기 소리.. 그리고 여배우.. 소름끼칠정도의 연기다... "팽팽함에는 강인함과 아른다운 소리가 있다. 죽을 때까지 활처럼 살고 싶다 " "Strength and a beautiful sound like in the tautness of a bow. I want to live likethis until the day I die. "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꾸준히 지켜보던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진리는 언제나 이중성을 지니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는 감독의 심중을. 그의 영화 ‘활’에서도 역시 미묘한 이중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전작들과의 차이점은, 그동안 숨겨져 있던 이중성이 이번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사회 없이, 특별한 영화소개 없이 개봉되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그렇듯 이미지 중심의 영화여서 배우들의 대사보다는, 각각의 장면 장면들과 계속적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 각각의 이미지들을 보이지 않은 끈으로 연결시켜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은, 기존의 스토리 중심의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김기덕 감독만의 대화 방법이다. 낚시를 하러 오는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전반적인 스토리를 짐작할 수 있지만, 이미지 영화에서는 스토리가 어떻게 되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된다. 심지어 노인과 소녀가 결혼을 하든, 나중에 노인이 바다에 빠지든, 그것은 전혀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는다. 어떠한 결말을 갖든, 김기덕 감독이 보이려 하는 의도는 변하지 않는다. 왜 노인이 바다에 빠졌는지, 왜 노인이 소녀와 결혼하려 하는지 등등의 의문과 내용전개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므로 영화의 결말을 통해 무언가를 해석하려고 한다면, 이미지 영화에 아직 적응이 되지 않은 것이라 말하고 싶다. 관객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일 수밖에 없는, 그러나 감독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내려는 노력에 감사함을 전한다.
영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강인함과 아름다움 이라는 인간 본성을, 활의 이중적인 의미에 비유하여 가시적으로 표현하였다. 자신을 보호하거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타인을 위협하는 강인함이, 자신과 타인을 연결시킬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사용되어질 수 있음을 눈에 보이게 이미지화 시켰다. 동시에 언제나 그렇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진리는 강인함 하나만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아름다움 하나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삶은 언제나 서로 반대되는 두개의 개념이 공존하고 조화를 이룬다고 말한다. 삶의 팽팽함 속에 강인함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개념을 이미지화 시켜 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포스트모던의 기법을 채용하는 동시에, 포스트 모던의 근본적인 결핍을 충족시켜주는 새로운 흐름이다.
영화는 강인함과 아름다움의 이중성을 활에서만 국한해 놓지 않는다. 김기덕 감독의 또 다른 영화 ‘파란대문’에서 사용했던 이미지화를 다시 한번 이용한다. 파란대문의 도입부 바닷가 해변에서 주인공이 의자를 가져다 놓고, 들어오고 나가는 파도를 즐긴다. 파도가 들어오면 바다에 발이 잠기고, 파도가 빠져나가면 다시 발은 모래 위에 있는 장면에서, 땅과 바다의 미묘한 경계점을 찾으려 한다. 어디에든 속하지 않는 그 중간의 상태. 두 개념의 이중적인 요소를 갖은 팽팽한 상태에 속하지 않는 곳.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 경계는 불명확하다는 것을 알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함을 보여준다. 영화 ‘활’ 에서는 그 경계를 그네를 이용하여 이미지화 시켰다. 그네가 올라가면 소녀의 발은 하늘(또는 배)에 속하고, 그네가 내려가면 발은 바다 속에 잠긴다. 배가 흔들리고 파도의 높이가 달라질 때마다 그 경계의 모호함과 인간 본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 그리고 소녀를 태운 그네 줄의 팽팽함. 그러나 소녀의 얼굴의 눈과 입술은 웃음을 짓는다. 슬픔의 웃음. 김기덕 감독의 이중성은 여기에서도 보여 진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에서의 아름다움을 활을 켜서 소리를 만들어낸 것을 초월하여, 그의 이미지화로 아름다움을 보이길 원한다. 젊은이와 소녀가 한 배를 타고 세상으로 나갈 때 노인의 큰 배는 서서히 잠겨버린다. 젊은이는 당황하고 소녀는 웃는다. 이것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미지의 섬’을 연상시킨다. 젊은이는 소녀를 위해 그동안 소녀를 옭아매었던 배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에게서 자유로워져서 우리 각자가 자신을 볼 수 있기 위해 노인의 배와 작은 배를 분리한다. 그러나 소녀의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시각은, 배와 노인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배가 어디에 있든, 그 배안에서 어떠한 형태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해 있든, 우리 각자가 자유로워져서 서로를 떨어진 상태에서 바라보는 외딴 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하나의 배라고, 그리고 이 하나의 배가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것이라고. 우리 모두가 하나의 배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소녀는 웃는다. 그녀는 결국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 눈물 없는 슬픔의 미소 속에서 가라앉는 배를 바라보며, 그동안 모호하게 남아있던 두개의 배가 하나가 되어지는 순간에 소녀는 웃는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투박함과 잔인함을 초월하여 포스트모던의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선다. 그의 영화에 주목하여 숨겨진 진리를 캐내어보자.
우리가 사는 시간 팽팽함은 강인함과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 죽는 시간까지 활처럼 팽팽하게 살고 싶다 -김기덕